손경애 건축사(해민건축사사무소)

20년 넘게 설계사무소를 운영해 오면서 건축 경기가 안 좋아지는 고비를 몇 차례 겪은 바 있다. 대표적으로 2008년 외환위기 때 다른 일을 하거나 여행 등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힘든 시간을 견뎠었다.

그리고 요즘은 큰 건축현장은 물론 작은 현장에서도 부도가 났거나 공사가 멈추는 등 위기일발에 처해있는 상황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많은 건축사들이 공공건축 수의계약 건이나 공모전에 참가하면서 쏟아내는 불만들을 듣게 되었는데, 필자도 몇 년 전부터 경험한 공공건축물 수의계약 건과 공모전에 관한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의견을 토로해 보고자 한다.

민간건축물 설계만 해오던 터라 공공건축물 수의계약은 낯선 업무였다. 일을 시작하며 과업지시서를 살펴보았더니 수익이 나는 구조가 아니였다.

하지만 작은 일도 성심껏 하자는 생각과 수의계약을 해준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담당자는 추가예산이 가능하니 금액 생각하지 말고 설계에 신경써 달라 했다. 계약시 심의에 관련된 내용은 없었는데 공공심의를 받아야 했다. 어쨌든 일에 대한 책임감으로 심의도 최선을 다해 통과시켰고 납품만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납품 기일을 앞두고 담당 공무원이 바뀌었고, 추가 예산이 없으니 마감재 등 모두 저가로 변경하기를 요청해왔다. 그로 인해 재작업, 재견적 등 추가업무가 생기면서 3개월짜리 설계가 1년 2개월만에 종료됐다. 업무기간이 늘어난 것보다 더 황당한 건 심의 관련 업무 및 사업비 변경에 따른 설계비 증액이 어렵다는 거였다.

이런 일은 단연 나에게만 일어난 일은 아니다.

공공건축 수의계약을 하는 다른 건축사들도 이와 비슷한 일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성토하는 일들을 접하면서 이후 공공건축 수의계약 건은 과업지시서를 더욱 꼼꼼히 본 후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중간 변경시 증액요청을 먼저 하고 일을 진행하였는데 그러다 보니 나는 까다로운 업체로 낙인찍힌 듯했다.

하지만 나부터 제대로 일을 진행해 보자라는 생각으로 선례를 만들어 가고자 했고, 근래에는 이와 같은 부당한 경험을 한 건축사들의 적극적인 공론화로 불합리한 계약 지침들을 꼼꼼히 따져서 수주하는 추세가 증가하게 되었다.

이런 작은 움직임들이 공공건축 수의계약의 진행방향을 점차 이롭게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또 다른 얘기로, 공모전에 관한 것이다. 이 글은 운이 좋아 공모전에서 다양한 순위를 경험하고, 그 후 몇 번의 탈락도 경험하며 느낀 소견이다. 

주변의 많은 이들이 말하길 일정 금액 이상의 공모전은 ‘로비’라는 것을 해야 하고, 투자 대비 실적이 좋지 않아 참여하기 어렵다고들 한다.

투자라고 하는 부분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인건비겠지만 외주비용도 있고, 교육청 공모전의 경우 일반 공모전보다 더 많은 자료를 요구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소규모 건축사사무소에서 참여하기엔 버거운 부분이 있다.

‘로비’라고 말하는 부분은 2등작이 당선작의 수준보다 작품성에서 우수하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있어 말이 나오는 것 같다. 나 역시 응모한 공모전에서 당선작의 수준이 우수하면 인정하고  나의 부족한 부분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만, 2등을 하게 된 사례 중 심사평도 우위에 있었고 작품을 본 주변 건축사들로부터 1등 작품보다 더 좋다는 평을 들었을 때는 나는 로비를 안 해서 그런가? 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나 같은 생각을 하는 건축사들이 있어 공모전 방식은 깊은 병폐에 빠져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요즘 건축계에서는 공모전 심사에 대한 지속적인 공론화가 되고 있다. 필자도 개선이 조금이라도 되길 바라며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공모전 심사위원으로 위촉되면 자신의 설계안에 대해 설명해 주고 싶다며 찾아오겠다는 분들이 종종 있다. 그리고 여기저기 선후배 건축사들에게 잘 부탁한다는 전화도 온다.

공모전 참가자들이 심사위원에게 찾아가 설계 설명을 해야 성의 있는 업체로 각인시킬 수 있고 유리하다는 항간의 말들. 그런 것부터 뿌리 뽑아야 하지 않을까?

심사위원의 반은 우리 건축사들이다.

내가 심사위원이 되기도 하지만 나 역시 공모전에 참가하기도 하는 상황에서 로비나 학연, 지연보다는 당당하게 설계안으로서만 경쟁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시흥시 문화원 공모전 당선안의 설계 변경에 대한 사업비 증액을 요청했지만 시에서 받아들이지 않아 큰 잡음이 일어났으며, 당연한 요구가 설계자만 참여 제한과 당선 무산이라는 결과의 소식을 들었다. 

더이상 이런 말도안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협회에서는 합당치 않은 사례들을 수집하여 관련 상위 단체에 적극 협의, 개선해야  할것이다 . 억울한 사안들이 개선되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회원은 의지할곳이 없으며 협회의 존재에  회의를 느낄수 밖에없다. 회원의 권익을 돌보고 실천하여  부조리한 일들이  빨리  개선될수 있도록 협회가 적극 행동해 주길 바라고 건축사 개개인 또한 부당한일 들에 대해 묵인하지 말고 적극 소리내어 변화되길 기대하며 두서없이 적어 내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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