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고 각양각색의 사람들의 삶에 공간을 통해 존재감을 확고하게 드러낼 수 있기 위해서 건축사는 항상 올라운더의 면모를 갖추어야만 한다. 형태에서부터 프로그램, 재료, 대지, 환경 등 특정한 목적의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끊임없는 실험을 감행해야 한다. 뻔한 공간을 뻔하지 않게 드러내기 위해  가능성을 찾기 위해 탐색 중이다.

권정현 건축사(자료제공=신화종합건축사사무소)
권정현 건축사(자료제공=신화종합건축사사무소)

타보르산 영성선교원 – 영성의 집과 새움

타보르산 영성선교원은 광교산 끝자락 산세를 닮은 두 개의 삼각형 매스를 중심으로 차분하면서도 자유롭고 날카로운 듯하면서도 편안한, 영성을 채우고 편안한 안식을 향유하는 공간이기를 바랐다. 그 속에서 신도들과 지역주민들이 소통하고 교류하는 공간으로도 이용되길 바랐다.

권정현 건축사는 처음에 조용한 기도 공간과 또 다른 성격의 교류 공간이 함께해야 하기에 폐쇄적인 신비감을 고민했다고 한다. 반면 함께 작업한 맹필수 교수는 과감한 자연으로 개방하자는 의견이었다. 종교건축의 일반적인 언어로는 빛, 고요, 신비, 엄숙, 랜드마크 등을 연상하기 마련이지만 타보르산 영성선교원에서의 주제는 자연, 자유, 소통, 계절, 누구나 등으로 표현되었다.

타보르산 영성선교원(자료제공=경기도건축사회)
타보르산 영성선교원(자료제공=경기도건축사회)
타보르산 영성선교원(자료제공=경기도건축사회)
타보르산 영성선교원(자료제공=경기도건축사회)

사색과 의식을 행하는 ‘영성의 집’과 신도는 물론 지역주민들과의 소통과 관계를 이뤄내는 ‘새움’에서 누구든 자연을 배경으로 마음의 안식과 평온함에 집중할 수 있는 장소로 풀어냈다. 예배당의 제단과 입구 양쪽을 통해 남북의 근경과 원경을 담아낸다. 삼각형 형상으로 최대한의 층고를 구현해 공간의 깊이감을 더했다. 새움빌딩은 카페, 옥내외 행사 등을 위해 대지의 입체적인 조건을 최대한 살려 유연한 공간의 활용에 집중했다. 실내외 여러 형태의 공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열린 조망을 누릴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연령대가 다 다른 세 명의 설계자는 건축주의 절대적인 신뢰 속에 참신한 아이디어와 뛰어난 공간 해석 능력, 지역적 정서 등이 어우러져 입체적이면서도 자연친화적인 공간을 완성할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고 한다.

타보르산 영성선교원(자료제공=경기도건축사회)
타보르산 영성선교원(자료제공=경기도건축사회)

권정현 건축사는 1998년 개소하고 10여 년은 학교건축에 전념해왔다. 그 이후로는 전원주택과 전원 속 카페 위주로 작업해오고 있다.

“설계의 기본 방향은 본질과 유행(trend)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건축 재료가 존재하지만 그 재료가 갖는 특성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기본 생각이다. 결 좋은 목재에 화려한 페인팅을 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말이다. 또 한 가지는 유행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대적 대세를 따르다 보면 국적 없는 건축물이 탄생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오래 기억되는 건축물을 설계하려고 한다.”

“요즘 도시 근교의 경관이 뛰어난 곳에는 어김없이 카페가 들어선다. 하지만 많은 곳들이 오래도록 영위하지 못하고 사라진다. 그 이유는 주제가 없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커피와 빵만이 아닌 뚜렷한 주제가 있고, 특색있는 건축물을 생각하는 것은 모든 이들의 바람일 것이다.”

권 건축사는 “그간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초심과 다르게 욕심을 내보기도 하고 실패도 해봤다. 그 결과 간절히 원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알았고 그러면서 건축의 기본은 잊고 유행만 따라가던 시간도 있었다. 다시금 이제는 기능에 충실하고 구조적 안정성은 물론 멋을 위해 본질을 포기하면서까지 과장하지 않는, 멋은 없지만 쓸모 있는 건축을 했던 건축사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앞으로의 건축 방향에는 담백함을 담아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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