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통한 사고는 많은 이들에게 아프고 슬픈 기억을 남긴다. 세월호 침몰 사고나 이태원 사고 같이 급작스럽고 혼란스러울 뿐더러 미디어를 통해서 접했더라도 상당한 트라우마로 남는다. 다만 유가족이 아닌 우리들의 기억은 좀 더 쉽게 흐려지고 퇴색되기에 안타깝다. 비통하지만 우리는 과거를 기억해야 하고, 반복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어느 누구라 할 것 없이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야 할 것이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남은 이들의 슬픔을 보듬어야 할 추모의 공간에 대한 건축적 고민은 어떠해야 할까. 4.16 민주시민교육원을 설계한 (주)더지음 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신현식 건축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주)더지음 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신현식 건축사
(주)더지음 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신현식 건축사

“아픈 과거를 치유하고 우리나라를 안전한 사회로 만들어 가는 실천의 장인 그 첫발을 「4.16 민주시민교육원 기억관」 건립을 통해 만들어 보자는 목표에서 설계는 시작되었습니다. 건축주인 경기도교육청과 세월호가족협의회, 안산 단원고 등과 한자리에 모여 수많은 프리젠테이션과 협의를 통해 함께 고민하고 분석하였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완벽한 복원과 재현’에 목적을 둔 설계였기에 때로는 몇 회에 걸친 단원고 현장 샘플 실험까지 하며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그 결과를 설계에 반영하는 등, 설계자인 저 포함 관계자 모두가 고민하고 해결한 프로젝트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안산 단원고에서만 261명이 희생된 대참사에 온 국민은 큰 충격을 받았으며 그것의 치유에 대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4.16 민주시민교육원 기억관 드론 전경(사진=김창길)
4.16 민주시민교육원 기억관 드론 전경(사진=김창길)
4.16 민주시민교육원 기억관 전경(사진=김창길)
4.16 민주시민교육원 기억관 전경(사진=김창길)

4.16 민주시민교육원 기억관의 설계 목표는 ‘완벽한 복원과 재현’이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된 단원고 아이들의 수업 공간인 2학년 1반부터 10반까지의 교실과 2학년 교무실을 그 당시 그대로의 형태로 ‘기억교실’로 만드는 것이었다고 한다.

단면계획에서도 기억관의 2층, 3층 층고를 단원고 층고와 같은 각 3.4m로 적용하였고, 천정 높이도 단원고 교실 천정 높이와 동일하게 반영했다. 2016년 6월 단원고 교실 내부 시설물(책상, 의자, 칠판, 게시판, TV 등)이 다른 곳으로 옮겨지기 직전 촬영된 수많은 사진과 동영상 등을 설계자료로 받아 설계에 반영하였고, 설계 진행 당시 단원고 교실 등을 여러 차례에 걸쳐 정밀 실측의 현장조사를 하여 설계 도면화하는 작업을 하였다고 한다.

지금 4.16 민주시민교육원 기억관 2층, 3층에 있는 기억교실들은 모두다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의 그 모습 그 형태 그대로이다. 교실 내부의 외부 창호, 내부 목재창호(복도측), 천정텍스, 등기구 커버, 에어컨 커버, 천정 선풍기, 하물며 전기통신 콘센트, 스위치까지 단원고에서 보존 철거하여 기억관의 기억교실 그 위치 그대로 재설치 되었다.

이러한 완벽한 복원과 더불어 단원고에서 보존 철거를 할 수 없어 재현해야 하는 마감재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교실 바닥 디럭스 타일의 색상 및 패턴, 내부 교실 페인트 색상 및 패턴, 교실 내부 복도 측의 벽돌 색상 및 패턴, 단원고 2, 3층 외벽 마감재(벽돌, 인도사암) 등의 색상 및 패턴을 단원고 현장실측 조사와 사진, 동영상 등을 참고하면서 기억관에 반영할 수 있도록 도면화했다고 한다.

4.16 민주시민교육원 기억관 기억교실(사진=김창길)
4.16 민주시민교육원 기억관 기억교실(사진=김창길)
4.16 민주시민교육원 기억관 기억교실(사진=김창길)
4.16 민주시민교육원 기억관 기억교실(사진=김창길)
4.16 민주시민교육원 기억관 기억교실 복도(사진=김창길)
4.16 민주시민교육원 기억관 기억교실 복도(사진=김창길)

신현식 건축사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끝내면서 제 주변 분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참 의미 있는 설계를 했다”입니다. 설계의 특수성으로 인해 설계과정이 힘들고 어려웠고, 일반 설계도면 보다 훨씬 많은 설계도면이 만들어졌습니다. 설계 책임자로서의 부담을 안고 있는 저도 그랬지만 직원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한 힘듦이 ‘의미’라는 한 단어로 해소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4.16 민주시민교육원의 건립 슬로건인 ‘기억을 넘어 희망을 품다’와 같이 아픈 기억을 뒤로하고 안전한 대한민국 사회를 만들어 가는 희망을 4.16 민주시민교육원 기억관을 통해 이룰 수 있다면 설계자로서 좋은 지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라며 다시금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4.16 민주시민교육원 기억관의 주된 공간의 구성은 확정되어 있었기에 부속 공간들을 구성하고 확정하는 것은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이번 기억관 설계과정에서 기억교실의 복원으로 인해 현장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미리 논의하고 실험해 보는 일련의 사례들이 있었다고 한다.

단원고 교실에 있는 복도 측 목재 창호를 손상되지 않도록 보존 철거하는 샘플 실험을 제안해 경기도교육청, 세월호가족협의회, 단원고, 설계자 입회하에 진행하였다. 단원고 교실 천정 텍스를 떼어내 기억관 기억교실에 재부착해야 하는데 미리 샘플 실험을 통해서 재부착시 텍스 마구리의 손상이나 피스 정착 가능성 유무를 확인해 설계 프리젠테이션 하는 등 공간을 구성하는 작은 세세한 것까지 생각해 구현하는 과정을 통해 건축주와 설계자 상호 간 커뮤니케이션의 발전이 있었다고 한다.

비극을 보존한다는 것은 단순히 추모를 위한 것이 아닐 것이다. 과거에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에 대한 우리의 삶의 방향을 다시금 바로 잡기 위한 시작점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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