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이 들어설 땅도, 그 건물에서 삶을 살아갈 사람도 같은 것이 없어 프로젝트마다 세상에 유일무이한 것을 매번 만들어 내야 하는 건축. 그러한 조건에 건축사의 역량이 더해져 더욱 풍부한 스토리를 담게 된다는 점에서 매력이 무한하다. 개성있는 표정을 지닌 「커튼콜」을 설계한 투닷건축사사무소주식회사 조병규 건축사와 모승민 건축사를 만나 건축사로 일하고 있는 여러 면모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투닷건축사사무소주식회사 모승민·조병규 건축사
투닷건축사사무소주식회사 모승민·조병규 건축사

반듯하면서도 그루브한 표정을 지닌 「커튼콜」

커튼콜을 마주한 첫 느낌은 간결함과 화려함의 묘한 조화였다. 단색의 입면은 반듯하면서도 오히려 산뜻한 그루브가 느껴진달까. 커튼콜을 설계하면서 두 사람은 도시의 다가구 주택에서 흔히 보게 되는 거실의 큰 창은 과연 유효한가? 란 질문을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길에 면한 다가구 주택은 거실에 큰 창을 내고는 커튼이나 블라인드로 가리고 살게 마련인데, 보고 싶은 욕망은 있으나 보여지는 두려움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커튼콜에는 세로로 긴 창을 여러 개 배치하고, 그 앞에 루버 역할을 하는 삼각형의 돌출벽을 세웠다. 밖을 보고 싶은 욕망과 보여지는 것 사이의 두려움을 적절히 조정하고 싶었다. 커튼콜이라는 이름도 여기에서 기인했다."

커튼콜 도로측 전경(사진=최진보)
커튼콜 도로측 전경(사진=최진보)
북쪽에서 바라본 전면(사진=최진보)
북쪽에서 바라본 전면(사진=최진보)

커튼콜 공간구성의 특별한 점은 바로 ‘동등한 주거 환경’이다. 건축주 뿐만 아니라 임차인들도 내 집같이 여기며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다가구주택에서 다락과 옥상 베란다는 집주인의 전유 공간으로 쓰이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이렇게 되면 집주인과 임차인의 주거 환경에 차등이 생길 수 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선 임차인에게 주인의식을 기대하기 어렵다. 모든 세대에게 동등한 주거환경을 부여했다. 모두가 다락과 옥상 베란다를 가지게 되며 차별없이 동등하다. 단독주택 4가구가 함께 모여 사는 집인 셈이다.”

두 사람은 평소 이러한 맥락에서 다채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한다. “흔히 빌라라고 불리는 다가구주택은 아파트의 하위 주거형식으로 인식되어 온 지 오래다. 여러 문제로 그러한 인식이 고착화됐겠지만 우리가 주목하는 부분은 주거 환경의 불평등 문제다. 하지만 다가구 주택의 경우 집주인과 임차인의 구분이 외형에서부터 드러난다. 아파트의 동일성, 획일성은 문제가 있지만 적어도 사는 이가 자가인지, 전세인지 드러내지 않는다. 아파트의 단점인 평면적, 획일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집주인과 임차인이 함께 동등한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바이다.”

커튼콜은 상가주택으로서 상가와 주거의 구분을 모호하게 해 오히려 주택의 인상을 지우고 전체가 통일된 디자인으로 읽힐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대개의 상가주택은 그 외형상 주거와 상가의 구분이 명확한데, 대지의 한 면만 도로에 면한 상태에서 이런 방식으로는 상가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4가구가 동등한 옥상정원을 가지게 된다.(사진=최진보)
4가구가 동등한 옥상정원을 가지게 된다.(사진=최진보)
b가구 2층 주방(사진=최진보)
b가구 2층 주방(사진=최진보)
b가구 3층 독립 세면대와 계단(사진=최진보)
b가구 3층 독립 세면대와 계단(사진=최진보)
c가구 3층 침실(사진=최진보)
c가구 3층 침실(사진=최진보)
a가구 옥상(사진=최진보)
a가구 옥상(사진=최진보)

건축주의 요구사항을 공간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다보면 “건축주는 집에 기대하는 많은 것들에 대해 말하고, 우리는 집에 하면 좋지 않은 것들에 대해 말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시각화된 자료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간다. 이 자료들은 가급적 다양한 경우의 수를 담은 alt로 존재하고, 좋지 않은 것들을 배제해가며 목표에 다가간다.”

최근 작업을 진행하면서 건축사로서의 고충, 가장 큰 어려움에 대해 물었다. “결국 우리의 최종 목표는 지어지는 것에 있다. 코로나, 전쟁, 환율상승 등으로 공사비가 가파르게 상승했고, 금리도 상승해 대출도 어려운 상황이다. 도면에서 멈추고 지어지지 못할까 봐 걱정이 크다.”

“우린 우리의 작업을 농사에 비유한다. 설계부터 지어지고 사용될 때까지가 우리 일의 전체 과정이다. 주택의 경우 1년이 걸리니 농사와 같다. 씨만 뿌리고 거두지 못하는 것이 우리에겐 제일 두려운 일이다.”

더불어 “최근 법 개정 속도가 빠르고 많아졌다. 일일이 파악하기도 버거울 정도이다. 개정 이슈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안전'과 관련된 것들이다. 그런데 이 '안전'과 관련된 법의 개정을 주도하는 이가 건축 전문가가 아닌 것 같은 의심이 든다. 대표적 사례가 건축법 안에 들어온 '방화창' 관련한 법 조항이다. 건축의 현실을 모르는 소방 전문가가 만든 법인가 의심이 될 정도로 문제가 많다. 우리처럼 도시의 소형 집합주택을 설계하는 건축사 들은 대부분 동감할 것이다. 폐지되거나 조정되어야 할 법이라고 생각한다.”

두 사람은 커튼콜로 지난 10월 제27회 경기도건축문화상 사용승인부문 동상을 수상했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두 사람은 앞으로 “사회에 공헌한다거나 굵직한 족적을 남기기보다는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건축을 하고 싶다. 칠레 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Alejandro Aravena)의 '반쪽의 좋은집'처럼”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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