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규 교수와 함께 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⓺

 

신 동 규

  • -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건축인테리어과 교수
  • - 건축학 박사
  • - 건 축 사
  • - 건축시공기술사

 

미국 유학 시절 ‘영국의 그린빌딩’이라는 과목을 이수할 때 이야기다. 정규 수업에서 미리 영국의 그린빌딩에 대한 사례를 공부하고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사례들을 실제 답사하면서 건축가와 면담하고, 관련된 학회 행사에도 참여하는 총 8학점으로 구성된 과목이었다. 이 답사 여행은 수십 시간의 이론 강의보다 나에게 많은 배움과 깊은 감명을 주었다. 

당시 영국의 유명 건축가인 ‘노먼 포스터(Norman Poster)’,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gers)’, Bed Zed 프로젝트로 명성을 얻던 ‘빌 던스터(Bill Dunster)’ 등과 직접 만날 기회도 주어졌다.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여러 가지 제약으로 개설하기 어려운 방식의 수업이라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영국 옥스포드에 있는 ‘Sue Roaf’ 박사의 집을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Sue Roaf 박사는 지속 가능한 건축 연구가로 2000년 초에 그녀가 직접 에너지 절약 기법을 적용하여 지은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었다.[사진1 참조]

자신의 그린빌딩 원리를 설명하던 Sue 박사는 갑자기 한국에서 온 사람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녀는 전통적인 친환경 난방의 사례로 한국의 온돌이 가장 과학적이고 친환경적인 발명품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는 먼 땅의 학자가 온돌이라는 것을 아는 것도 신기했거니와 온돌이 과학적이고 친환경 난방시스템이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조상님덕에 국제적으로 부러움의 대상이 된 즐거운 추억이다.

[사진 1] Sue 박사의 집: 2000년 초에 태양광 발전과 온실효과, 심층 단열, 커튼을 활용한 보온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반영하여 지은 단독주택

그녀는 온돌의 우수성으로 열의 중복 사용과 손실 방지방법을 말한 것으로 기억된다. 즉 온돌은 요리하고 남은 열을 난방에 이용한다는 점과 열을 장시간 삶의 공간에 보존시키는 방법이 다른 나라의 난방 방식보다 탁월한 것이 큰 장점이라고 했다.

온돌 난방은 삼국시대부터 시작되어 조선 시대에 일반화되었다. 구당서에 ‘고구려는 긴 구덩이를 만들고 그 아래에 불을 때여 따뜻하게 하였다'라는 기록이 있다. 단, 이때의 온돌은 방 일부를 데우는 기역자 형태로 중국 만주지방의 깡(炕)이라 하는 구조와 비슷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고려 시대 중기에 와서 방 전체를 데우는 현재의 온돌 구조가 완성되었고 전국으로 퍼진 것은 조선 중기 이후이다.

방 전체를 평면으로 만들고 난방 하는 온돌은 한국에서만 발견되는 것으로 취사와 난방을 겸하여 에너지를 절약하였다는 점과 구들의 정교한 구성으로 난방열의 보존이 과학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난방의 쾌적성이 높다는 것이 장점이다. 

반면에 전통 온돌은 온도를 조절하기 어렵고, 구들을 놓아야 하므로 2층 이상의 구조가 어려웠다. 시공의 복잡성은 물론 보수가 어려운 점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또한, 접촉식 난방이므로 좌식생활이 기본이 되며, 땔감을 마련하기 위해 산림 자원이 고갈되는 단점이 있다. [그림 2 전통 살림집의 아궁이 모습]

[그림 ] 전통 살림집의 부엌 모습 수채화

온돌방은 불을 지피는 아궁이, 불이 지나는 길인 고래, 고래를 덮는 구들장인 널찍한 판석, 그리고 굴뚝개자리, 연통 등이 있어 열을 장시간 보존하는데 최적화된 시스템이다. 또한 온돌방은 바닥, 벽, 천장 모두 황토로 마감된다. 황토는 단열기능은 물론 습도조절 능력이 탁월하다. 불로 온돌이 더워지면 메마른 방안으로 습기를 보충해주고 온돌이 식어 실내 온도가 내려가면 남아도는 습기를 흡수하는 자연 습도조절 장치이다. 그 외에도 최근 연구에 의하면 황토는 미생물이 살아있어 냄새와 곰팡이 제거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옥이 아파트 문화로 바뀌면서 온돌은 구시대의 낡은 문화로 간주되어 1960년대 초기 아파트 구조에서는 온돌이 사라지고 라디에이터 난방이 도입되었다. 게으름의 상징인 좌식생활을 입식생활로 바꾸는 과정을 비판 없이 받아들였다. 결국 살림집의 모양과 구조가 모두 서구화되었지만, 온돌방만은 아직 굳건하게 살아 남아서 우리의 잠자리를 따스하게 해주고 있다. 현대 주택에는 온돌이 변형된 온수난방의 형태가 주로 사용되지만, 한국인은 모두 바닥을 난방하고 그 위에서 살아간다는 점에서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온돌방을 사용하는 민족이 과거에는 우리 민족뿐이었으나 지금은 아니다. 이미 유럽의 스웨덴이나 독일, 그리고 미국의 서부 지역과 중국 북부 지역에서도 바닥 복사난방시스템이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바닥 난방은 라디에이터나 덕트식 대류난방과 비교하여 난방의 쾌적성과 소음 및 유지관리 면에서 많은 장점이 있다. 특히 추운 겨울, 온돌 바닥으로부터 얼었던 발에 전해지는 따뜻한 족쾌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고 행복이다. 이제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우리 조상들의 지혜인 온돌 난방의 혜택을 누리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도 자랑스러운 전통 난방 방식인 온돌에 관련된 산업은 발달하지 못하고 시장을 다른 나라에 빼앗기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국가적 차원에서 온돌의 문화를 연구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국제표준화 작업과 기술개발을 지원해서 건축기술의 한 분야로 당당하게 양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기억하는 것처럼 한국의 전통 살림집에는 모두 온돌방이 있으며, 방문을 열면 완충공간인 툇마루나 대청마루로 연결된다. 이들을 지나면 마당이나 뒤꼍의 자연과 만나는 구조이다. 즉 툇마루나 대청마루는 열 흐름의 완충지대로 자연의 기운과 사람의 기운이 교감하는 미기후 조절장치였던 셈이다.

대청(大廳)마루는 지면에서 일정 높이 띄워서 나무 널로 설치됨으로 사람의 거주 공간 아래로 통풍이 된다. 외벽은 전부 또는 일부가 개방되어 있거나 개폐할 수 있는 문으로 만들어져 위로도 통풍이 되는 자연을 향해 열려 있는 공간이다.

대청마루는 조상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거나 추수한 곡식을 저장하기도 하였으나 가장 중요한 용도는 여름철 더위를 피하는 곳이었다. 대청마루는 우리나라처럼 덥고 다습한 여름철의 기후에 알맞은 공간이다. 특히 배산임수 지형에 자리한 살림집의 대청마루는 낮과 밤으로 강바람과 산바람이 번갈아 불어와 자연 선풍기와 다름없는 시원한 여름을 지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사진 3 명재고택의 대청마루와 안마당]

온돌방이 겨울 공간이라면, 대청마루는 여름을 위한 공간이다. 세상에 이토록 한정된 자원을 활용하면서 자연의 섭리와 어울리는 삶의 지혜가 또 있을까?

[사진 3] 명재고택(明齋故宅)의 대청마루와 안마당: 안채의 중앙에 대청마루가 위치하여 앞뒤로 자연 바람이 잘 통하는 구조이다.

대청마루와 온돌이라는 두 공간의 차이에 주목해 보자. 

대륙성 기후로 여름과 겨울의 기온 차가 심한 고위도 지방에서는 한국의 전통 살림집처럼 삶의 공간을 계절별로 분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더운 여름철 구태여 에어컨 냉방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대청마루를 개발하여 아파트에 설치하면 에너지 절약은 물론 환경오염에도 대처할 수 있다고 본다. 조상의 지혜처럼 마루의 위아래를 개방하여 환기를 극대화하는 한편, 창문을 들어열개문으로 하여 기후에 따라 개폐할 수 있다.

아파트의 모든 방을 온돌방으로 설치하는 현재의 평면 구조에서 하나의 방이라도 자연 환기가 가능한 대청의 개념을 도입하여 여름과 겨울철의 거주 공간을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을 개발하면 온돌과 대청마루가 결합한 바닥 시스템의 개발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자연과 조화된 삶의 방식이 반영된 한국의 전통 살림집에 축적된 자연을 대하는 지혜를 접목하여 에너지 과소비적인 현재의 아파트는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 물론, 대청마루는 하나의 시작에 불과하다. 자연과 동화되는 삶만이 지속 가능한 미래와 아름다운 자연을 후손에게 온전하게 물려줄 수 있는 길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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