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립의 장소에서 화합의 장으로 차이를 극복한 마을 만들기
- 설계 중앙대학교 송형창, 김용수, 양우제 학생

Banding the Difference(중앙대학교 송형창, 김용수, 양우제)

장애인을 주제로, 장애인복합문화학교를 선보인 중앙대학교 송형창, 김용수, 양우제 학생의 작품 'Banding the Difference'가 좋은 평가를 받으며, 2018 경기도건축문화상 계획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자료1. 메인 이미지

지난해,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서울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교육감·주민 토론회’ 뉴스를 보고 많은 이들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사진 속에 무릎을 꿇고 있는 어머니들 그리고 ‘장애인’이라는 문구, 이 작품의 시작은 그 뉴스에서 비롯되었다.

장애인 학생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강서지역에 폐교를 활용해 장애인을 위한 교육환경을 조성하고자 했지만, 많은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갈등이 심화된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정부는 폐교된 옛 공진초등학교를 특수학교로 만들자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러한 정부의 계획 발표가 그 지역주민들의 님비(NIMBY)현상을 일으키게 된 원인이 되었다. 그 당시 비장애인 학부모에게 무릎을 꿇은 채 눈물을 흘리며 학교 설립을 간청하는 장애인 학부모의 ‘무릎 호소’가 뉴스를 통해 전파되며 큰 이슈가 되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2018년 3월 26일 ‘특수학교 설립 설명회’에서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고함과 폭동, 쓰레기를 던지는 등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대는 여전했다. 

누구나 장애인을 위한 교육시설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지만, 자신의 영역 안에서는 마치 혐오시설을 대하듯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장애인은 약자일까? 약자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번 프로젝트는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Banding the Difference(중앙대학교 송형창, 김용수, 양우제) 모형 사진

장애인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사회적 약자라는 이름 속에 그들을 구성원의 일원으로써 받아드려야 하는가? 어쩌면 사회적 약자라는 말 자체도 편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특수학교에 장애인들을 집어넣고 사회에서 격리시키기 위해 특수학교를 사칭한 감옥을 만드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장애인들 스스로도 자생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고, 지역주민들의 마을 활성화를 위한 전략 또한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만 하는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가장 필요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화합을 위한 작품을 제안해 보고자 했다. 이 작은 건축물 하나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하나 하나의 집들이 보여 도시가 되듯이, 작은 시도들이 모여 큰 뜻을 이루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이번 작품의 가장 큰 목적은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의 지속적인 만남과 접촉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물론 분리해야만 하는 상황도 있겠지만, 상생할 수 있는 핵심을 찾아서 서로의 감각이 공유되고 공감될 수 있는 시스템을 계획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옛 공진초등학교와 그 일대 부지를 활용하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만들고 살아가는 PROTO TYPE을 제안했다.

가장 큰 특징은 선택적인 접촉을 공공의 영역으로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그 전제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동일한 환경에 함께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 안에서 아직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는 편견이 많다’는 점이 깔려 있다. 관심을 갖고 해외사례를 찾아 보니 두 집단이 섞이는 것에 특별함을 강조하기 보다는 자연스러움이 바탕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기에 무조건적인 섞임 보다는 선택적인 접촉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선택적인 접촉을 위해 로비, 광장, 계단실, 엘리베이터, 복도, 공원 등의 공공영역을 활용해 보기로 기획했다. 선정된 프로그램과 공간에는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이용하는 시스템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 시스템은 엘리베이터와 계단실을 시작으로 화장실, pocket park, ramp, 홀, 로비 등 다양한 공공영역들로 이루어져 있도록 기획했으며, 이런 영역에서 서로가 자연스럽게 만나고 감각을 통해 접촉하며 소통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역설적일 수 있지만 누구나 모일 수 있는 장소라고 인식하는 곳, 그것에서의 선택적인 접촉은 필수적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작품명을 ‘Banding the difference’ 로 짓게 되었다. ‘서로 다름을 묶는다’, 즉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화합을 의미한다.

자료2. 섹션별 설명

이 프로젝트는 ‘장애인을 위한 교육학교’ 임과 동시에 ‘주민편의시설’을 엮은 ‘장애인복합문화학교’ 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들의 요구와 장애인들의 요구사항 중에서, 장애인들과 엮일 수 있으면서, 교육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들을 선별해 보았다.

그 공통점은 학교시설을 제외하고는 의외로 체육시설, 도서관, 식당, 문화전시 등 정말로 보편적인 프로그램들이었다. 즉, 주민들의 편의시설이자 장애인들의 교육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운동하다가 친해질 수도 있고, 운동을 활용하여 치료할 수도 있다. 장애인 학생들이 가죽공예를 배워서 전시를 하고 주민들에게 판매될 수도 있다. 이처럼 보편성을 갖지만 오히려 이러한 평범함이 우리를 묶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즉, 요가, 헬스, 농구장, 헬스 테라피로 활용되는 공간이 주중이나, 수업시간에는 주로 특수학교 아이들이 사용하고, 방과후에는 주민들과 함께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선별된 프로그램을 위해 폐교된 운동장 부지를 활용해보기로 했다. 강서구의 공진초등학교 주변들을 둘러보면 하나같이 Large scale을 보여주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잭과 콩나무’라는 동화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운동장 한가운데 서서 주변을 바라봤을 때, 둘러싸고 있는 아파트, 대형마트, 땅과 하늘, 도로 모든 요소들이 확실히 몇 백배는 크게 느껴졌다. 이는 공허함 혹은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평소에 느낄 수 있던 학교 운동장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 운동장을 작게 쪼개서 사람의 스케일에 맞는 외부공간을 만들고, 쪼개진 운동장을 모아서 선별된 프로그램을 위한 시설을 계획했다. 다양한 크기지만 충분히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이렇게 해서 건축물을 묶는 밴드가 나오게 되었다. 각 건물들의 공공공간을 묶는 주황색 길은 복도이지만, 건물들의 로비와 붙어서 확장이 되어 길 위에서부터 행위가 시작된다. 공공영역을 묶는 복도가 단순히 건물과 건물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이 아니라 그 위에서 행위가 일어났으면 설계 개념이 더 잘 보일 것이라 생각했다.

아트리움을 통해 마주하는 마을과 학교

그렇다면 길 위에서 어떻게 행위가 일어날까? '길이 원래 좁은데, 길이 운동장처럼 넓어지면 축구를 하던지 뭐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서 길을 늘려보고 하나씩 밴드를 만들어 나갔다. 이 밴드는 확장을 통해 건물 내의 아트리움과 연결되고 수직적 그리고 수평적으로 시야와 공간이 확보된다. 그리고 외부공간과의 접촉을 유도하기 위해서 건물들 사이 공간에 흰색 박공지붕을 계획했더니, 꽤 괜찮은 복합문화학교가 나올 수 있었다.

또한, 기존 학교가 가진 모듈을 리모델링 하여 장애인 학생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조성을 할 수 있었고, 주황색 밴드의 구조체 역할을 하는 구멍 뚫린 두꺼운 벽은 ‘문화의 벽’이란 이름으로, 구멍 사이로 다양한 사람들이 피사체가 되어 서로를 바라보며 걷을 수 있다.

학교와 각각의 시설들을 엮어주는 밴드시스템

그 외에 세부적 공간 구성을 살펴보면, 지하공간은 기존의 부족한 주차공간을 보충하고, 또한 다목적 강당을 계획하여 문화 및 교육관련 강의와 수업을 진행하도록 고려했다. 3층은 도서관의 옥상정원과 연결된 다양한 내부공간, 그리고 외부공간들의 계획을 볼 수 있다. 

자료1. 1층 설계도
자료2. 지하1층, 3층 설계도

이 작품을 설계한 송형창 학생은 경기건축문화제를 같이 준비한 김용수, 양우제 두 친구들에게 무엇보다 감사를 전하며, 어떤 건축사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책임감을 갖고 건축을 하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라고 전했다. 단순히 도면을 그리고 끝이 아니라, 법과 제도, 조경, 시공, 설비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그것이 건축에 대해 책임감을 갖는 태도의 시작인 것 같다고 말했다.

건축작품을 소개하는 기사를 쓰면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건축의 이야기들을 접하며, 건축의 놀라운 힘과 마주하게 된다. 많은 훌륭한 건축사들과 건축사라는 꿈을 꾸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언젠가는 한국 최초의 프리츠커상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그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2018 경기도건축문화상 수상작 전시회 작품 앞에서 송형창, 김용수, 양우제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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