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인물이 있다는 상징적 표식으로 추정돼

유교의 나라 조선 궁궐의 근정전 기둥에 흰색 띠가 있는 사진이 발견되었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사진은 아니고 사진을 보고 그대로 그린 그림이다. 하지만 사진을 보고 그대로 표현하였기에 사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프랑스인(Raoul Villetard de Laguérie)이 구한말 한국에 와서 생활하고 글을 쓴 것으로 당시 국제정세와 한국의 정치상을 잘 표현하고 있다. 문제의 사진에서 근정전 기둥에 있는 흰색의 띠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어떤 이는 주련(柱聯)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주련은 기둥(柱)마다 시구를 연하여 걸었다는 뜻에서 주련이라 부른다.
좋은 글귀나 남에게 자랑할 내용을 붓글씨로 써서 붙이거나 그 내용을 얇은 판자에 새겨 걸기도 한다고 되어 있다.

필자(건축 역사가)의 측면에서 보면 주련이 기둥에 붙인 주된 이유는 나무기둥을 보호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한옥의 경우 기둥과 보를 이용하여 만든 대량식 구조로 되어 기둥과 보가 매우 중요하다. 보의 경우 내부에 있어 비에 젖지 않지만, 기둥의 경우 외부에 접해 비에 젖을 경우 쉽게 상할 수 있어 이를 보호하고자 하는 입장에서 판재를 덧대는 풍습이 생겼다고 본다. 처음에는 판재만을 대고 판재가 상하면 이를 교체하기를 반복하다가 이를 미적으로 승화시켜 여기에 좋은 글을 적게 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용주사 대웅전

용주사 대웅전 우주(隅柱, 모퉁이 기둥)의 주련은 기둥을 감싸고 있다. 우주는 비에 약해서 다른 평주보다 굵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용주사의 대웅전도 우주에만 큰 주련을 단 것이 이런 이유라고 본다.

 

1. 궁궐 중요 건물의 사인물(sign物)

기둥에 흰색 띠가 있는 건물을 사진 기록에서 찾아보니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모두 궁궐 관련 건축물로 근정전 이외에도 사정전, 강녕전, 만경전, 선원전에도 보이고 현재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은 왕릉의 정자각이다.

하지만 모두 궁궐건축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고 유일하게 민가 건축에서 이런 모습이 있는 것은 대구에 있는 도동서원이다. 일반적 중요한 건물인 궁궐, 관아, 능, 묘, 사당 등의 앞에는 홍전문(紅箭門)을 설치하였다. 지금도 홍전문은 많이 남아있고 많은 기록에서도 보인다.

옛날에는 중요건물 외부에는 홍전문을 세우고 건물의 기둥에는 흰색 띠를 설치하여 중요한 건물임을 표현 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근대화가 되면서 사용하는 건물의 기둥에서 그 흔적이 사라지고 유교적 특성상 사묘건축은 변화가 적어 그 앞에 있는 홍전문만 잘 보존되어 현재까지 잘 보존되고 있다고 본다.

 

2. 사묘건축의 흰색 띠

우리나라 왕실의 대표 사묘건축은 종묘인데 일제강점기에 단정이 일본화되면서 완전히 변해 그 원형을 알 수가 없어 여기서는 제외한다.

1) 정자각(丁字閣)

조선고적도보에 나오는 왕릉의 정자각 기둥에는 흰색 띠가 하부에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현재 왕릉 정자각은 정비가 완벽하게 되어있지 않아 기둥 하부에 있는 흰색 띠가 없는 곳이 아직 많다.

2) 창덕궁 선원전(璿源殿)

조선시대 역대 임금의 초상을 모셔놓은 건물이다. 궁궐 내에는 선원전에서 제사를 지내고 궁궐 외부에는 종묘에서 제사를 지낸다. 기둥의 하부에 흰색 띠가 있고 흰색의 상부와 좌우 끝단에 청색 선이 보인다.

< 선원전 내부(문화재청)>

      

2) 궁궐 내 왕의 건물

궁궐에서 왕이 사용하는 건물은 공식적 행사를 하는 곳은 정전으로 근정전, 인정전, 명정전 등이 있다. 그리고 왕이 평소에 근무하는 곳은 편전이라고 하여 사정전, 선정전, 문정전 등이 있다. 그리고 잠을 자는 침전으로는 강녕전, 대조전, 통명전 등이 있다. 

                    

                                                 <근정전>

                  < 사정전( La Corée,indépendante,russe,ou japonaise - p117)>

 

< 만경전(조선고적도보)>

                                         

만경전은 강녕전이 불타자 침전으로 사용하던 건물로 왕의 건물로 볼 수 있다.

 

2. 일반 민가

도동서원의 강당인 중정당의 기둥에 흰색 띠가 설치되어 있다. 이를 보고 보통은 김굉필을 모신 사액서원으로 다른 곳에 비교해 으뜸이라고 생각해 이곳만 있다고 한다.

< 도동서원 중정당>
   

3. 마치면서

'정자각의 기둥에 백릉화지를 바르고 그 위에 푸른색능화지로 띠를 두르는 방식으로
종묘, 진전, 사묘 등의 정전에 보인다.'-정정남교수 논문(조선후기 산릉의궤를 통해본 정자각의 도배와 포진)에서 적고 있듯이 옛날에는 종이를 사용하였는데 지금은 색을 칠한 정자각이 많다.

그러므로 기둥에 흰색 종이를 붙인 것은 중요한 인물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사인물(sign物)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여기서 새롭게 나타낸 것은 음택은 기둥 하부에 표기하고, 양택은 기둥 상부에 표기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히는 것 같다.

이렇게 흰색을 기둥에 칠하게 된 이유는 벽사(壁邪, 악귀를 쫓음)의 의미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추정해 본다. 현재 궁궐 건물들이 많이 복원되고 있는데 이를 근거로 무형적 의미도 같이 복원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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