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남북건축교류협력 토론회, 국회의원회관에서 '북한건축사진전'과 동시 개최

12월 7일, 대한건축사협회가 주관하고 통일부, 국토교통부,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 후원하는 제1회 남북건축교류협력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건축사(建築士), 남북교류시대를 위해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되었다. 또한, 토론회와 함께 '북한건축사진전'이 동시에 개최되었다.

제1회 남북건축교류협력토론회 [사진 : 여해윤]

대한건축사협회 김선양 남북교류협력위원장은 개회사에서 “남북 교류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기대와 좌절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관계로 민간의 의지만으로 추진하기엔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그렇다고 통일이 공식화 되는 순간까지 방관만 한다는 것은 통일 과정에서 봉착하게 될 수많은 난제에 대한 외면과 같다는 인식하에 ‘건축사’라는 전문가집단이 북한의 실상을 폭넓게 이해함과 동시에 ‘통일국토개발의 올바른 방향 제시’라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건축사 및 관련전문가와 함께 토론회를 개최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대한건축사협회 김선양 남북교류협력위원장의 개회사. [사진 : 여해윤]

먼저 1부 순서로 진행된 주제 발표에는 임동우 교수(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이승률 박사(동북아 공동체 연구재단), 변상욱 부장(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김현성 학생(평양건재대학 졸업) 등 4인의 발제가 이어졌다.

 ‘사회주의 도시 평양과 미래의 평양’이란 주제로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의 수도 평양의 도시계획 측면에서 우리나라 도시와는 다른 다음과 같은 특징을 설명하며 그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임동우 홍익대학교 도시건축대학원 조교수 [사진 : 여해윤]

먼저 ‘상징적이고 중앙화 된 도시’라는 측면에서 도시의 중심부에 가장 정치적이고 행정적인 공간으로서 ‘광장’의 의미가 상당히 중요시 되었으며 그 결과로 평양에도 김일성 광장이라는 ‘물리적’ 의미에서의 광장이 도시 중심축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그 ‘광장’이 우리나라 도시의 광장이 가진 특징(예를 들면 문화적, 상업적 시설 등의 인접 배치 같은)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다음으로 ‘녹지공간 제공’의 측면에선 사회주의 국가가 도·농(都·農)간의 격차를 줄이고 도시 팽창 억제를 위해 전원도시의 개념이 차용된 도시계획이 이뤄졌다고 했다. 단순히 수목이 있는 녹지가 아닌 농지와 도시를 하나의 행정 구역 안에 배치하여 도시의 공산품, 농촌의 농산물이 함께 생산되어 상당 부분의 자급자족 도시를 목표로 계획되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도시의 생산’ 측면에선 단순히 소비만 있는 도시의 개념이 아니라 소규모 자급자족도시의 개념이 적용되어 서구에서 일고 있는 ‘Buy Local’ 개념과 일부 상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특징들은 가장 비자본주의적 특징으로 볼 수 있는데 통일 후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접근할 때 가장 많은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고찰이 선행된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이어서 이승률 박사는 ‘평양과기대 건설을 통해 본 통일대비 건축사의 역할’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수많은 정치적 고비와 난관을 겪으며 건립된 평양과기대의 설립 과정을 설명하며 남북 교류시기에 평양과기대가 북한 진출을 위한 중요한 교두보로서 적극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승률 박사 (동북아 공동체 연구재단 이사장) [사진 : 여해윤]

북한의 중국, 러시아와의 우호적 관계 지속, 이들 국가와의 접경지역 개발, 남북교류 확대 등이 가져올 한반도 통일시대를 대비해 남,북,중,러 인프라 연결 및 접경지 개발에 대비하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북한 도시 계획 및 개발에 필요한 제반 기술교육, 인력교류 및 개발사업에 참여, 평양과기대 내 건축공학부 설립 지원, 북한 국토종합개발계획의 민간부분 협력 등 건축사들이 선도적 역할을 담당해 줄 것을 요청했다.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변상욱 부장은 ‘남북통합의 설계, 공단개발 및 기반시설’이란 주제발표에서 개성공업지구(우리에겐 ‘개성공단’이 더 익숙한 명칭이다) 사업 과정에서 우리와는 아주 많은 분야에서 확연히 다른 북한이라는 국가에서 건설사업을 시행하면서 경험한 문제점과 장점 등에 대해 예를 들어 설명했다.

변상욱 부장 (개성공업지구 지원재단) [사진 : 여해윤]

추후 남북건설협력시 개성공업지구 건설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협력방안 마련의 필요성, 남북의 서로 다른 제도와 기준에 대한 통일 필요성, 북측 내의 현지 인력과 건설사 양성, 계약제도 확립 및 현지 자재생산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끝으로 평양건축종합대학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2014년 입국한 김현석 연세대 공과대학 건축공학과 학생의 설명으로 현재의 북한 건축의 특징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김현성 학생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재학중 / 평양건제대 건축과 졸업) [사진 : 여해윤]

북한 건축의 특징으로 사상성, 예술성, 조형성이 강조되고 형식적인 측면에서 민족전통양식을 추구하면서 그 안에 현대적 형식을 결합한 형식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구조를 전공한 학생 답게 북한 건축구조의 한계와 과설계에 의한 문제점 등을 지적하였다. 이런 북한의 건축적 특징을 ‘사상중심’의 건축이라고 정의하며 그 공간에 대한 계획에 사람이 고려되지 않은 전시성 건축물이 양산됨을 안타까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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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에선 옥종호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의 진행으로 앞서 발제자로 나선 4명과 김준봉, 차상욱, 홍사원 건축사의 토론이 이어졌다.

진행을 맡아준 옥종호 교수 및 패널 김준봉 건축사, 차상욱 건축사, 홍사원 건축사 (좌로부터) [사진 : 여해윤]

김준봉 건축사는 북한을 접해본 경험에 대해 우리와 많이 다르다는 것과 그럼에도 중국사람과는 달리 통하는점도 많다고 했다. 북한과의 교류에 앞서 ‘그들이 진정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와 ‘중국의 활용 방안’에 대한 질문에 이승률 박사는 그들 역시 경제적 성장과 사회적 역량 강화를 원하고 있으며 평양과기대 건립 과정에서 중국을 활용한 예로 들며 앞서 주제 발표에서도 언급했던 평양과기대를 교류의 교두보로 적극 활용하길 요청했다. 

또한 변상욱 부장은 저개발국가인 북한도 첨단산업유치에 대한 의지가 크며 이것이 국가적 차원의 요구라 한다면 일반 주민들의 경우 개성공업지구에서의 일반 상수도 시설에 대한 요구가 컸음을 예로 들며 국가와 주민들이 요구하는 바가 다를 수 있다고 얘기했다. 

김현성 학생은 실제 북한에서 살았던 사람으로서 소비적 지원보다는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고기를 잡아 주기보단 물고기 잡는 방법, 도구 등의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발제자로 토론에 함께한 임동우 교수, 이승률 박사, 변상욱 부장, 김현성 학생 (좌로부터) [사진 : 여해윤]

참석한 발제자 및 토론자가 공감하고 있는 가장 큰 난제로 ‘남한과 북한’이라는 적대적 관계에 있는 정치적 입장에서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는 우리나라에서조차 북한에 대한 언급이 주는 정치적 파급 효과가 적극적인 담론을 막고 있음을 모두가 공감하고 있었다.

 

이날 토론회를 보면서 본 기자가 생각했던 몇 가지 의문점이 있어 여기에 적어 본다.

- 교류 및 통일의 시대에 대한 우리 건축사들의 역할이 왜 ‘개발’이란 곳에 방점이 찍혀 있을까.... ‘보존’ 또는 ‘최소한의 개선’이라는 접근은 안될까 라는 의문.

- 대북교류를 시혜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는 시각에 대한 의문.

막대한 통일 비용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음에도 개성공단 같은 경협뿐만 아니라 일반 주민들의 실생활 개선을 위한 지원은 장기적으로는 통일비용으로 한 번에 충격을 주는 것 보단 훨씬 적은 충격을 주는 완충제가 될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들에게 베푸는 것이 아니라 미래 통일시대의 우리나라를 위해서 라는 의식의 전환. 그런 측면에서 주민 실생활과 연관된 건축사의 역할을 모색해 보는 건 어떨까.

- 끝으로 오늘 토론에서도 언급됐던 서로 다른 제제를 갖고 있는 정치적 불안정성, 그로 인해 적극적인 토론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과연 이런 소극적인 토론이 얼마만큼의 효과를 낼수 있을지 궁금하다. 적어도 대북교류라는 주제에선 대북교류의 창구역할을 할수 있는 정부, 정치권의 관계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오늘은 첫 번째 토론회여서 준비가 안됐는지, 아니면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을지 모르겠지만 정부, 정치권의 관계자들을 배제한 우리들만의 논의는 이불 속에서 활개치는 격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토론회였다.

토론회 포스터 [제공 : 대한건축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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